조사받을 때 당신이 수사 받는다면

2009. 6. 20. 18:23민형사상 법률

[당신이 수사 받는다면] ④조사받을 때



변호사 접견 때까지 입 열지 말아야


수사기관에 소환돼 신문을 받게 되면 혐의가 있고 없음을 떠나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형사소송법에선 불리한 진술에 대해 진술 거부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수사기관을 자극해 신문조서(訊問調書)에 악영향을 끼칠까 두려워 대부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다년간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수사기관에 소환된 피조사자(또는 잠재적 피의자)들은 심리적 압박감이 커'을(乙/피의자를 지칭,수사기관은 갑)'의 심정으로 끌려가기 마련이라고 지적한다.


어떤 대응이 최선일까. 변호인을 선임한 경우 변호사와 접견할 때까지 함부로 입을 열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검사 출신 P변호사는"변호인 접견권은 헌법에 보장된 피의자의 권리"라며 "자신을 둘러싼 수사 상황을 파악할 때까지 변호인을 기다리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또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경우엔 일단 자신의 진술과 다르거나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를 열어둔 조서엔 도장(지장으로도 대체됨)을 찍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검사 출신 K변호사는 "현행 사법처리 단계에서 법원은 도장이 찍힌 조서만 증거 능력을 인정해 왔다"며 "증거 없이 진술과 주장만으로 조서가 작성됐더라도 피의자의 도장이 찍히면 객관적 증거능력을 갖게 되는 게 지금까지의 형사소송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장을 찍기 전에 자신에게 유리하게 생각되는 진술이 반영됐는지 확인하고 왜곡 또는 확대 해석 여지 없이 작성됐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며 "이런 와중에서도 변호인 선임 노력은 계속 되어야하며 도장을 찍어야 한다면 변호인과 1차적인 상의 절차가 꼭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P변호사는 "사람이 긴박한 상황에 처하면 쉬운 것도 못 보기 마련"이라며 "심한 경우엔 얼이 빠져 간단한 문장도 독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신문 과정에서 유의할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사기관은 긴급체포한 뒤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수준의 조사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조사 초기에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 피조사자를 압박한다.


형사정책연구원의 '피의자 인권침해 현황조사(2004년/구치소 수용자 179명 대상)'에 따르면 경찰의 경우 '형량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며 협박과 회유를 했다고 답한 수용자가 53.7%로 가장 많았다. 이어'혐의 내용 변경'(25.7%).'혜택의 박탈'(10.1%).'가족 및 지인에 대한 불이익'(7.3%).'폭력 위협'(3.4%)순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혐의 내용이 자신과 무관하다면 이런 회유와 협박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S변호사는"수사의 프로들 앞에서 심리적 평정을 유지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지만 지레 자포자기 하지 말고 근거 있는 경우만 해명한다는 자세로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환된 피조사자들은 수사기관이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혐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를 둘러싼 진실 이외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S변호사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정당하고 적법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진술을 쏟아내지만 이는 아마추어의 만용에 불과하다"며 "수사기관에서 물증을 제시하는 범위에 한해 진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조사자의 방어적 진술과 관련 S변호사는 "죄가 없는 경우 억울한 심정에 더 흥분할 수 있다"며 "평정을 잃은 상태에서 괜히 말 잘못했다가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수사기관의 신문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도 참고할 만한 대응책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묵비권을 펴면서 변호인에게 자신이 혐의가 없음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것.


이 경우 변호인은 소견 형식의 의견서를 첨부해 의뢰인의 입장을 전달한다. 다만 변호인의 도움 등 자신을 방어할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술을 거부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면 검찰.법원에서 피의자가 범죄를 숨기려 한다는 심증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S변호사는 조언했다. 검사 출신 P변호사는 "조사에 임할 때는 일관되게 처신해야 수사기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진술을 하는 것은 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지만 진술을 하다 거부를 하면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인상과 함께 조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행범인 경우엔 묵비권이 오히려 불리하다. 현장의 물증과 증인들이 있기 때문에 죄질만 나빠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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