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2009. 12. 29. 09:13가인자료·靈淸·詩와 Tag



◈ 당신을 여의옵고 ◈

칼끝바람이 불던 엄동의 12월 14일 오후4시 30분
당신은 6개월간의 끈질기게 쥐고 있던
목숨에 대한 오랜 집념의 끈을 놓고
내 생애 가장 큰 슬픔을 남겨 놓고
끝내 다시 오지 못하는 영면의 길을
홀연히 떠나가셨습니다.

당신이 떠나신 뒤에 다하지 못한 불효를
제 아무리 뉘우치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줄 잘 알면서도
자꾸만 흐르는 회한의 눈물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오랜 세월 병고에 시달리다가
서산으로 넘어가는 저녁 해처럼 떠나는
당신의 임종을 지켜보는 자식들은
가슴 찢어지는 슬픔을 누르며
당신을 여의는 슬픔에 잠겨 이성을 잃고
심장을 쥐어짜는 흐느낌만 토해냈습니다.

제대로 효도를 다하지 못한 자괴감과
한없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다는 슬픔에 잠겨
비통한 눈물을 흘리면서도
당신이 못난 제 곁에 계셨던 세월이
이 불효자식에겐 더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언젠가는 당신과 이별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영면의 길로 가신 당신의 주검 앞에서는
그 어떤 이성의 자제력도 소용없이
그저 슬픔만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당신께서 살아오신 77년의 세월은
가난, 고통과 슬픔의 가시밭길이었고
6남매를 낳아 희생으로 온갖 정성을 다해
남부끄럽지 않게 곱게 길러내신
그 숭고한 희생과 한없는 사랑을
자식들 가슴에 화석처럼 새겨 놓으셨습니다.

넋을 잃고 영정을 쳐다보는 자식들은
당신은 분명 하느님이 예비해 두신
고통 없고 영원히 편안한 하늘나라
윤회없는 그 영광된 집에 들어가 사실 것이란
확신의 눈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