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3. 10:52ㆍ고증·참역사연구
전우치
전우치는 술사이지만 문장에도 능하였다. 언젠가 기재(企齋) 신광한(申光漢)의 집에 갔는데, 송인수(宋麟 壽)도 와 있었다. 신광한이 송인수를 쳐다보고 전우치를 가리키면서 "자네는 이 손님을 알고 있는가? 우사(羽士) 전군이 바로 이 분일세." 하였다. 송인수는 이 말을 듣고, "매양 책 속의 사람처럼 소문을 들어 왔는데, 이렇게 뒤늦게 만난 것이 한스럽소" 라고 하였다. 신광한은, "자네는 이 분을 위하여 한 번 장난을 해보지 않겠나?" 하니, 전우치가 웃으면서, "뭐 장난 할께 있어야지요?" 하였다. 조금 있다가 주인집에서 물에 만 점심밥을 내왔다. 전우치는 그 밥을 먹다가 뜰을 향하여 내뿜으니 그 밥풀이 모두 흰 나비가 되어 팔랑팔랑 날았다.
또 일찍이 친구집에 가서 회식을 하는데 좌중 중에 한 사람이 "자네는 천도를 얻어 올 수 있는가?" 하고 물 으니, 전우치가 대답하기를 "그것이 뭣이 어렵겠는가!" 하고, 가느다란 새끼줄 수백 발을 가져오라 하니 하 인이 곧 가져왔다. 다음에는 어린아이를 가리키며 오라하고는 새끼줄을 공중에 내 던졌다. 새끼줄은 하늘 높이 구름 속으로 올라 가더니 한 끝이 땅에 간들 간들 늘어졌다. 그러자 전우치가 동자더러 새끼줄을 타고 올라가라 하면서 "새끼줄 끝 부분에 벽도(碧桃) 열매가 매달려 있을 터이니 따 내려 보내라." 고 하였다. 이에 좌중의 사람들이 모두 나와 보니 다만 동자가 점점 공중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만 보일뿐 이었다.
한참 뒤에 벽도가 잎이 열매에 달린 채 뜰에 우수수 떨어졌다. 사람들이 다투어 주워다 맛을 보니 단물이 가득 한 것이 이세상에 나는 복숭아가 아니었다. 그때 갑자기 공중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전우치는 깜짝 놀라 "복숭아 하나 먹으려다 쓸데없이 어린아이 목숨만 잃는구나" 하였다. 사람들이 의아하며 연유를 물으 니 전우치가 대답하기를 "이건 틀림없이 천도를 지키는 사람이 옥황상제께 일러바쳐 이 아이를 죽인 것이 요" 라고 하였다. 순간 공중에서 팔뚝 하나가 땅에 떨어지더니 잇달아 다리와 몸뚱이와 머리 그리고 팔뚝이 따로 따로 떨어졌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안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전우치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그 동자의 사지와 몸뚱이를 수습해서 원 모습대로 잇대어 놓으니 잠시 후에 동자가 부시시 일어 나서는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달아나 버리는 것이었다. 좌객들은 서로 쳐다보고 크게 웃었다. 훗날 전우치는 술수를 써서 민중을 현혹 시킨다는 죄목으로 신천에서 체포되어 감옥에서 죽었다. 태수가 그의 시체를 사람을 시켜 파묻게 했는데, 그의 친척이 이장하려고 무덤을 파고 관을 열어보니 텅비 어 있었다. <於于野談>에서-
일찍이 그가 지은 시에,
"학은 헌앙(軒昻) 한데 제비는 들쑥 날쑥 날고
삼신산(三神山) 돌아 오는 길에 오색 구름 뒤 따르네.
두건을 삼화수(三化樹)에다 잘 걸고
손은 맑은 물을 희롱하면서 紫芝歌를 잘도 부르네."
라고 하였는데 선인의 말과 대단히 흡사하다.
선친께서(홍만종의 선친을 말하는 듯 하다.) 말씀하시길 하루는 전우치가 찾아와서 <杜工部詩集> 한 질을 빌려 달라하여 선친께서는 그의 죽음을 전혀 모르고 책을 빌려 주었다. 그러나 후에 들으니 그가 죽은지 이미 오래 되었다고 하였다.` 또 백호 임제가 언제나 하는 말이, 일찍이 자기가 한 중을 만나 그의 시축을 보니 "구십자(口十子)"란 시제가 붙은 시가 있었다. 이상하여 물어보니 그 중이 하는 말이 "얼마 전에 산 사에서 한 선비를 만났는데, 스스로 호를 구십자라 하면서 이 시를 써주고 갔으나, 이름이 무엇인지 모릅 니다." 라고 하였다. 세상에서 전하기를 전우치는 죽지 않아 지금에 와서도 사람들이 혹 그를 만난자가 있 다고 한다.
<지봉유설>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전우치는 본래 서울에 살던 천한 선비로 환술에 능하였고 여러 가지 재주가 많으며 또한 귀신을 부릴 수도 있었다. 그가 지은 시가 세상에 전하는데 그 경귀를 보면, 맑게 갠 창에 달이 비치니 매화가 三昧境이요, 푸른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으니 기러기가 六通을 지나네. 라고 했는데 그 말은 도를 통한 사람의 말과 같 다."
<無名氏集>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전우치는 남들이 신선이 되어 갔다고 하는데 그의 시는 매우 맑고 초탈하다. 일찍이 삼일포에서 노닐다 지은 시에,
늦 가을 아름다운 못에 서린 기운 맑은데
하늘 바람은 자색의 퉁소 소리 불어 보내네.
푸른 봉황은 오지 않고 바다의 하늘은 넓은데
서른 여섯 봉우리엔 가을 달만 밝게 비추네.
라고 하였는데, 읽어보니 상쾌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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