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창 정염

2010. 7. 23. 10:53고증·참역사연구

북창 정염

정염의 자는 사결이고 호는 북창이다. 이씨조선 중종때 사람이다.

태어날 때부터 신기한 면이 많았다. 어릴적에 산사에서 선가의 육통법을 시험하려고 삼일동안 식음을 전폐 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사물을 보니 산 너머 백리 밖의 일까지 알게 되었다. 이로부터 천문, 지리, 의약, 복 서, 율려, 산법, 중국어 및 기타 세계 만국어를 스스로 배워 통달하였다. 비록 천리 밖의 일이라도 생각만 하면 곧 알 수 있게 되었다. 그의 나이 십이세때 중국을 여행하다 봉천전에서 도사를 만났다.

도사가 묻기를 "귀 국에도 도사가 있습니까?" 하므로 선생께서 거짓으로 답하기를, "우리 나라에는 삼신산 이 있어 한낮에도 신선이 하늘로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무엇이 그리 귀할게 있겠소" 라고 하였더니, 도사는 크게 놀라 "어찌 그럴 수가 있소?" 라고 반문 하였다. 선생은 즉시 `황정경`.`참동계`,`도덕경`,`황제 음부경`등의 도경을 들어 신선이 되는 계제를 훤히 설명하니 도사는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이때 유구에서 온 사신이 또한 이인이었다. 그는 자기 나라에서 역수를 뽑아 중국에 들어가면 신인을 만날 줄 알았다. 그래서 물어가며 북경에 도착해서 여러 나라 사신이 머물고 있는 관저를 두루 찾아 봤으나 만 나지 못하다가 선생을 만나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지니고 있던 행낭에서 조그만 책자를 꺼내는데 거기에는 모년 모월 모일에 중국에 들어가면 신인을 만날 것이라고 써 있었다. 이것을 선생께 보이면서 "신인이 선 생이 아니면 누구겠소?" 라며 역학 배우기를 청하였다.

선생은 곧 유구 말로 주역을 가르쳤다. 이에 옆에 있던 여러나라 사신들이 우르르 몰려와 그 장면을 구경 하였다. 선생은 각각 그 나라 말로 척척 응답하니 모두들 깜짝 놀라며 천인이라고 칭찬하였다. 어떤 이가 선생께 묻기를 "세상에 새나 짐승의 울음 소리를 해독하는 사람이 있으니 나른 나라 말은 곧 새나 짐승의 소리와 같습니다. 그 말을 해독하는 일은 간혹 있을 수 있으나 그 말을 직접 입으로 하는 것은 다르지 않 습니까?" 하였다. 선생이 대답 하기를 "난 듣고서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은지 오래 되었소." 하였다.

선생은 삼교를 관통하였으나 근본을 성리학에 돌려 그의 유훈도 효를 오로지 힘쓰게 하였고 소학과 근사 록을 초학자의 입문으로 삼았다. 일찍이 선생께서 이르시길 "성학은 인륜을 중시한다. 그러므로 긴요하고 오묘한 곳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불은 오로지 마음을 닦고 본성을 깨달음을 근본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상달한 곳은 많고 낫고 쉬운 것을 배움은 전혀 없다. 이것은 삼교가 각기 다른 까닭이고 선불은 대동 소이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선생은 술을 잘 마셔 하루 두세말을 마셔도 조금도 취하지 않았다. 또 휘파람을 잘 불어 일찍이 금강산 정상에 올라 휘파람을 부니 그 소리가 바위와 골짜기를 진동 시켰다. 산속의 중들은 놀라 피리소리로 여겼으나 후에 알고 보니 선생의 휘파람 소리였다.

조정에선 선생이 천문, 의학, 율려에 통달했다 하여 관상감. 혜민서의 교수로 임명하였고 그후 포천 현감이 되었으나 오래지 않아 벼슬을 버리고 양주에 은거하여 깊숙히 숨어 세상과는 인연을 끊고 조식법을 수련하 였다. 하루는 자신에 대한 만가를 지었는데

일생동안 만권의 책을 독파하고 하루에 천잔의 술을 마시었네.
복희씨 이전의 일을 고고하게 담론하고 속설은 입에도 담지 않았네
.
안자는 서른을 살아도 아성이라 불리는데 선생의 명은 어찌 그리도 길꼬 !

그리고서 앉은채로 세상을 떠나니 그의 나이 44세였다. 세상에서는 선생이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할 줄 알 았고 대낮에도 그림자가 없었다고 전한다. 그의 아우 정작의 호는 고옥으로 역시 이인이었다. 형을 따라 수 련의 학을 터득하고 36년동안 혼자 살면서 여색을 멀리하고 술을 좋아 하였으며 시에 능하였다. 또 의술 에도 조예가 있어 신묘한 효험이 많았다. 그는 72세에 하찮은 병으로 앉은자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선생의 당형인 계헌 정초도 어려서 대과에 합격하여 화려한 관록을 날리다가 후에 병을 핑계삼아 사직하고 두문 불출하면서 조식법을 연마하였다. 하늘로부터 신선이 그의 방에 내려와 시를 선사 했는데 계수나무 향 기 자욱하니 선어가 하늘로부터 내려오리라 라고 하였다.
당호에 계자를 쓴 것은 이 때문이다.

"명신록"에 의하면 정염은 본디 몸이 허약하여 항상 조석으로 약을 다려 먹었다. 그리고 아침에는 입을 꼭 다물고 똑바로 앉아서 식사 때를 기다리고 해가 뜨면 비로소 말을 하였다. 밤에도 또한 단정히 앉아서 새벽 이 될 때 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 천하에 신선이 없으면 그만 이지만 있었다면 북창이 틀림없이 신선일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