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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때 초심 잊지않으면 더 좋은 인운 싹터

송평(松平) 2009. 6. 26. 20:57

헤어질때 초심 잊지않으면 더 좋은 인운 싹터

 

 

얼마 전 일이다.

대기업에서 33년간 종사했던 사람이 퇴직한 뒤 나를 찾았다.

젊음을 바쳐 평생 일한 직장에서 퇴직을 하려니 마음이 여간 섭섭한 게 아니라고 했다.

젊었을 때는 몰랐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불안해졌다.

능력 좋고 패기 넘치는 신입사원들을 볼 때마다 자신과 은근히 비교가 됐던 모양.


 

그는 회사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래도 33년 동안 일했는데 회사에서 그만한 대접을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회사에 대해 이렇게 불평을 하니 매사 모든 일에도 만족 못했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내 말에 그는 강하게 부정했다.

'아닙니다. 저는 회사 다닐 땐 단 한마디도 불평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그만 두고 나니까 섭섭할 뿐입니다.'


 '초발심시 변정각(初發心時 便正覺)'이란 말이 있다.

 

화엄사상을 꽃피운 신라 의상대사가 법성게(法性偈)에 남긴 말로,

처음 먹은 마음이 부처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처음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말이다.

그러니 갓 들어온 신입사원도 강한 초발심만 내면 열흘 안에 회사를 변하게 할 수도 있고,

33년 동안 회사를 다녔다 해도 초발심이 없다면 오히려 회사에 폐만 끼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의 운(運)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천운(天運), 지운(地運), 인운(人運)이 그것.

 

천운은 하늘이 정한 운으로 내 부모가 아무개라는 것, 남자 혹은 여자로 태어났다는 것 등 바꿀 수 없는 운을 말한다.

지운은 타고난 재능이다.

그림이나 노래, 글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을 지운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천운과 지운을 잘 타고났어도 마지막 인운에서 그르치면 삶이 힘들어질 수 있다.

인운이란 한마디로 사람 복을 말한다.

인생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이 내 인생에 얼마나 플러스가 되었는지가 인운에서 결정된다.

좋은 인연을 만나면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요,

나쁜 인연을 만나면 수 초 안에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어찌 보면 인운도 정해진 운처럼 보이지만 인운은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

즉, 절대적으로 타고난 천운이나 지운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으면 된다.

33년간 다닌 회사를 원망하던 퇴직자처럼 매사에 불평불만으로 일관한다면 결코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없다.

 

항상 '초발심시 변정각'이라고 한 의상대사의 말을 명심하고

강한 초심을 발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아무리 천운과 지운이 따라주지 않아도 좋은 인운을 만나 인생도 잘 풀릴 수 있다.


 

그 강한 초심은 어디서 나오는가. 바로 시작할 때와 끝날 때이다.

 

태어남과 죽음이 있듯이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처음 만날 때 새긴 초심을 헤어질 때도 잊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더 좋은 인운을 만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별의 법칙이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황태자는 평범하지만 매력적인 여인, 캐티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는 곧 황제가 될 사람. 이미 정혼한 여인까지 있었다.


 

마지막 이별 장면. 황태자는 결혼하러 떠난다며 캐티를 만나러 온다.

캐티는 황태자에게 무덤덤하게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한다.

닫히는 문 사이로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던 캐티.

그러나 문이 닫히자마자 그녀는 눈물을 흘린다.

떠나는 황태자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밝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원히 기억되길 바랐던 캐티의 사랑에 관객들은 감동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의 이별처럼 헤어질 때 옛 연인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말고 깨끗하게 보내줄 수 있다면 더 멋진 사랑을 하게 될 것이다.

또 오랫동안 다닌 회사를 퇴직하며 '고마웠던 곳'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은 인운을 만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