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나이 50이 되면
40대 중·후반을 넘어서면 이유없이 몸이 물먹은 것처럼 무겁고 피곤하며, 보통때보다 잠이 잘 오지 않거나 잠이 많이 오며, 성욕이 떨어지며, 기억력이 감퇴되며, 배가 나오고, 키도 작아지는 경우가 있다. 일부 의학자들은 이를 ‘남성 갱년기’라 부른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강영곤 교수는 “뇌와 고환의 노화현상으로 남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 이같은 증상이 생긴다”며 “비슷한 나이의 다른 사람보다 증상의 정도가 심하다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 교수가 27~90세 남성 626명을 조사한 결과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5 ng/㎖ 이하로 정상보다 크게 낮은 사람이 전체의 13.58%였다. 독일과 벨기에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호르몬 수치는 50세를 전후해서 낮아지기 시작, 60대가 되면 전체의 22~25%가 3.5(또는 3.2) ng/㎖ 이하가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남성 갱년기란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견해도 많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이홍구 교수는 “호르몬 감소는 자연스런 노화 과정으로, ‘남성 갱년기’는 의학적으로 의미가 크지 않은 불분명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하버드의대서 발간하는 ‘남성건강 워치’ 2003년 1월호는 ‘존재하지도 않는 남성갱년기의 치료를 위해 미국에선 지난 2001년 100만명 이상이 남성호르몬 처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 남성호르몬 치료, 필요한가?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면 우선 피부가 탱탱해지고, 근육이 증가하며, 뼈가 튼튼해지고, 뱃살도 감소한다. 피로감,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 우울증 등의 증상들도 개선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배철영교수는 “호르몬 수치가 3.5ng/㎖ 이하인 남성갱년기 환자 500여명에게 남성호르몬을 투여한 결과 대부분 성기능이 향상되는 등 불편한 증상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교수는 “남성 갱년기 증상을 스트레스나 노화 때문인 것으로 잘못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며 “충분한 휴식과 스트레스 관리, 운동 등으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엔 적극적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권인순 교수는 “단기적으로 근력과 골밀도가 증강되는 등의 효과가 있으나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 등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홍구 교수는 “오래된 자동차의 부품 한두가지를 간다고 새 차가 되는 게 아니며, 부품간의 부조화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예를 들어 혈관 노화가 일어난 상태서 남성 호르몬 투여로 근육의 힘만 증강되면 되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남성호르몬의 부작용은
남성호르몬 투여는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암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수면무호흡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간(肝) 독성이 있으며, 혈액 속 적혈구가 과다하게 증식해 최악의 경우 혈전증이 생길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태영교수는 “남성 호르몬 치료는 호르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아 증상이 심한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며 “남성 호르몬 치료가 ‘젊어지는 치료’는 아니며, 호르몬 수치가 정상인 사람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