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미스터리’ 드디어 풀리나

2009. 10. 21. 10:54이야기·미스터리·히스토리

‘지중해의 미스터리’ 드디어 풀리나

 

'지중해의 미스터리'로 불렸던 이탈리아 마피아의 조직적인 핵 폐기물 선박 수장 의혹이 수사 착수 15년 만에 드디어 본격적인 해저 탐사에 들어가게 됐다.

그동안 전 세계의 이목을 끌어온 이 사건은 마피아가 지난 1990년대부터 이탈리아는 물론 노르웨이, 스위스, 독일, 러시아 등의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방사성 핵폐기 물질이나 유독성 폐기물의 처리(?)를 하청받아 폐기물을 실은 선박 수십 척을 지중해와 아프리카 해역에서 몰래 폭파시켜 폐기해왔다는 의혹이다.

사건은 지난 1994년부터 사법당국이 공식 수사에 돌입했으나 1995년 수사 총책이 독살되는 등 마피아의 조직적인 수사 방해와 이탈리아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미뤄지다가 드디어 본격 수사에 들어가게 됐다.

이탈리아 해군 탐사선은 20일 경찰과 합동으로 전직 마피아 보스가 유독성 핵 폐기물을 실은 배를 고의로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켜 수장했다고 검찰에 증언한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앞바다 해저 500m를 탐사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유럽 각국 정부는 자국 비밀 정보기관들이 이런 파렴치한 핵쓰레기 폐기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숨을 죽인 채 탐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해당 정부는 핵폐기물 투기와 이에 따른 환경 재앙 책임 추궁으로 엄청난 역풍을 맞을 전망이다.

유럽 국가들은 특히 그동안 카발리아 인근 주민들의 암 발생이 다른 지역보다 급증하면서 수중 핵폐기물 유출 의혹이 커진 상황이라 바닷속 진실이 밝혀질 경우 대규모 국제 환경소송을 각오해야 할 처지가 됐다.

수사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카발리아 지역의 마피아 보스였던 프란체스코 폰티(61)가 검찰에 지난 1992년 이곳에 노르웨이로부터 받은 방사성 핵폐기물 120배럴 분량을 실은 배를 다이너마이트로 수장시켰다고 증언한 후 정확한 위치와 선박명을 밝힌 것.

폰티는 지난 1979년부터 20여년간 유럽 각국으로부터 핵쓰레기 등을 받아 42척의 선박을 지중해와 아프리카 케냐,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이런 식으로 수장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994년 소말리아 보사소 항에서 이탈리아 방송 기자와 카메라 맨이 살해된 사건도 당시 마피아의 핵 폐기물 하역을 촬영하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이탈리아 정부는 국제적으로 민간한 이 사건에 대해 해저 탐사를 거부하며 버텼다.
그러나 환경운동 단체들이 해저 폐기 선박 사진들을 공개한 데다가 유럽 집행위에서도 공식적으로 탐사를 압박하고, 카발리아 지역 시장들이 모여 로마에서 시위를 벌이자 할 수 없이 탐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