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드리는 기도, 명품 아들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 10. 25. 15:11가정의례보감및개인사

어머니께 드리는 기도, 명품 아들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아버지의 허리통증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한 점도 있지만, 통증 때문에 장시간 이동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짬짬이 시간을 내서 모시고 다녀야 한다. 이곳 미국은 한국에 비해 의료 서비스를 받기가 매우 불편한 구조로 되어있다. 물론 노인분들을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양로보건 서비스는 선진국 답게 잘 되어 있지만, 의료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는 한국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고 봐야 할 것이다.

며칠 전의 일이다. 2년전 디스크 수술을 받았던 의사의 진료 소견을 듣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병원 대기실에는 몇 분의 한국 노인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버지는 상태가 안 좋은 관계로 대기실 침대에 누워계신 상태였다. 병원을 올 때마다 느끼는 점은 왜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을까? 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건강이 최고' 라는 말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었기 때문에 보호자를 동반한 상태였다. 글쓴이처럼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환자와 보호자 사이는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아버지의 진료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신문과 잡지를 뒤적이고 있을 무렵, 진료를 마치고 간호원들이 있는 대기실로 나오고 있는 노부부가 있었다. 아내의 휠체어를 끌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다정스러워 보였다.

할아버지가 간호원에게 다음 진료 스케줄과 처방전을 받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3개월전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고 아직까지 진통이 가시지 않아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동병상련' 이라고 했던가.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환자들이기에 그 고통을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할머니의 고통을 이해라도 하는 듯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할아버지가 할머니 곁으로 다가와서는 자신의 '할망구' 라고 소개를 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에 모든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한국 나이로 올해 92(아흔 둘) 입니다."
"지금 할망구가 아파서 내가 이렇게 간호를 하고 있답니다."
 
"아이구, 제가 보기에는 80세 정도로 밖에 안 보이시는데요" 옆에 있던 70세 정도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놀라며 말을 한다.

"내 고향이 원래 이북인데, 김일성이 덕분에 남에 내려와서 우리 할망구를 만났지요"
"와이프랑 나랑 나이 차이가 띠 동갑도 훨씬 더 차이난다구"


할아버지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한바탕 웃음 꽃을 피웠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서 벽에 걸어놓은 우리 어머니 사진을 보면서 이렇게 인사를 한답니다. 어머니 이렇게 명품 아들을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그 말을 하시면서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내려다 보며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할머니는 쑥스러운지 고개를 옆으로 돌리셨다.

"아마도, 할아버지가 건강하신게 할머니 덕인지도 몰라요. 할머니 돌보라고 몸이 안 아프고 건강하신거라구요"  누군가의 댓구에 할아버지는

"맞습니다. 아마도 그런가 봅니다"
"할망구 잘 들었지? 그러니까 미안해 하지마! 알았어?"

아마도 할머니는 자신의 병 수발을 하는 할아버지에게 평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얼마나 할아버지가 헌신적으로 할머니를 돌봤을까? 안 봐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아버지와 함께 병원을 나와서 집에 오는 동안, 그 92세 할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세계 상위권에 속한다. 아마도 세계 1위 인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많은 부부들이 이혼 직전까지 가다가 자연적으로 좋아지기도 한다. 갈등하고 있는 부부들은 서로 비난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상대방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증명받기를 원한다. 많은 부부들이 성격차이로 이혼한다고 말을 하지만, 사실은 성격차이에 끌려서 연애하고 사랑했으며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이다.

성격도, 성장 배경도, 가치관도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갈등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예전에는 부부 중 한 사람이 참음으로써 부부갈등을 덮으려 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참으려 하지 않는다. 부부생활은 참고 안내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부부 모두가 서로와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것을 인생의 진정한 가치로 삼는다면 싸우는 것도 재밌고, 하루하루가 즐거워 진다. 또 내가 하기에 따라 인생의 목표를 이룰 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성공한 인생이 되는 것이다. 92세의 노부부처럼 말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명품 아들...!!! 명품 며느리...!!! 나도 우리 어머니에게 명품 아들이 되야 할 텐데..., 또한 집사람도 장모님에게 명품 딸이 되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