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28. 16:32ㆍ사진·명화·풍경화·포토
구도로에 있는 대관령 휴게소는 이제 산행객들의 출발점으로서 이용될 뿐 예전의 북적대던 모습은 사라졌다. 바람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다. 금방이라도 푸른 물방울이 뚝뚝 들을 것만 같은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이다.
앞서 오른 사람들에 의해 다져진 길을 조금만 벗어나면 허벅지 이상까지 빠지는 눈길이다. 서산대사의 "눈길을 걸을 때 어지러이 하지 말라."는 말씀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방금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니 산들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날이 맑아 햇살이 강해서인지 나무 위의 눈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아니면 바람에 날아갔을까?
대관령 주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고 하는 능경봉이다.
노송과 고사목이 얽혀 있는 사이로 보이는 대관령
고사목 가지 위에 오롯이 앉아 있는 산새 한 마리. 눈 덮인 산에 먹이 찾을 일이 아득한 건 아닐까?
제왕산 정상이다. 어쩌다가 도읍을 버리고 이 곳까지 피란을 와야만 했을까.
엉덩이만 붙이면 그대로 저 아래쪽까지 미끌어져 내릴 듯하다.
멀리 강릉 시내가 보이는 앞으로 산자락들이 마치 입체모형지도를 보는 듯하다. 날이 맑음에도 바다 위에는 구름이 끼어 있어 수평선은 보이지 않는다.
늠름하게 죽죽 뻗어 올라간 춘양목 숲이다. 춘양목(春陽木)은 소나무 중에서도 아주 질이 좋은 소나무들로 예전에는 궁궐을 지을 때 사용했다 한다. 억지춘양이란 말은 춘양목이 워낙 질이 좋아 값이 비싸기 때문에 다른 소나무를 춘양목으로 속여 파는 일이 있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춘양목 숲 아래 계곡을 지나 주문진으로 향했다.
주문진 포구의 갈매기들.
내심 기대했던 눈꽃은 보지 못했지만, 눈으로 하얀 산을 눈이 부시도록 볼 수 있어 충분히 만족스런 산행이었다. 주문진의 회맛은 회를 즐기지 않는 나도 올 때마다 맛있게 먹게 된다.
겨울 산행은 눈이 쌓여야 제격인데, 오늘은 하얀 눈 쌓인 겨울 산을 마음껏 즐겼다. 게다가 겨울 산과 겨울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은 또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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