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부터 의문을 가졌었다. 흔히 삼태극을 일컬어 천지인 삼재라 하는데 과연 천지인 삼재가 맞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당연한 것이 삼태극 말고는 천지인 삼재라는 것으 일상에 그렇게 와닿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삼재라고 하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일상에 흔히 쓰이는 삼태극의 문양 만큼이나 우리 일상에 가까이 존재했느냐 하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의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의문만 품은 채 아무 생각없이 지내던 어느날 문득 삼족오를 보게 되었다. 해뚫음 문양, 정확히는 "삼족오 용봉 무늬 금동투조 장식판’이란 이름의 금동관에 박혀 있는 태양 안에 오연히 서 있는 까마귀라기에는 너무도 고귀해 보이는 새문양의 장식을. 그 순간 무언가 머리에 콱 들어와 박혔다. 이거다! 라고.

 물론 보이는 바대로 해뚫음 문양에 새겨진 삼족오와 삼태극은 그 회전방향이 정반대다. 그래서 그동안 보면서도 둘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이처럼 다른 유적이나 유물에서 나타나는 삼족오의 방향은 오히려 해뚫음 문양과는 달리 왼쪽이 아닌 오른 쪽을 보고 있다. 사실 이게 맞다. 왜냐하면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니까. 정면(북쪽)을 보고 섰을 때 오른쪽이 동쪽이니 삼족오의 머리가 오른쪽으로 향하는 것이 오히려 맞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해뚫음 문양의 삼족오를 이들 유적에서의 삼족오와 같이 원래의 방향(오른쪽)을 보도록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래 그림에 보이는대로 삼족오의 회전방향과 삼태극의 그것이 거의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삼족오와 삼태극은 크게 다르다. 그러나 삼족오의 3과 이미 주역을 통해 전해진 태극이 만나고, 다시 삼족오의 형상이 극단적으로 단순화된다면 어떻게 될까? 저 날개와 머리와 다리들이 단순한 선이 되어 태극의 형상을 띄게 되면 과연 어떠한 모양이 될까? 아마도 그것은 삼태극의 그것과 닮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가정하고 나니 모든 의문이 풀린다. 태양은 가장 오래 가장 광범위하게 숭배되어 온 신앙의 대상이었다. 인간의 삶 자체가 태양과 뗄래야 뗄 수 없다 보니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 태양은 곧 신이었고 비록 형태는 다를지라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신성한 존재로서, 혹은 주술적인 의미로 일상에서 쓰이고 있었다.
실제 고구려나 백제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출토된 유물을 보아도 다양한 형태로 삼족오를 일상에서 중요하게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환두대도에도 새겨져 있고, 금동관에도 새겨져 있고, 향로에도, 그리고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무덤의 벽화에도 삼족오는 있었다. 그렇다면 그러한 삼족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진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 그리 흔히 쓰이는 태양을 형상화한 문양을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음을 더 이상하다 여겨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삼족오는 주역의 태극을 받아들이면서 극도로 단순화되어 전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삼족오가 갖는 3이라는 숫자만을 남긴 채 도형화되어 이제껏 쓰인 그대로 계속해서 쓰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쓰고 있는 삼태극이야 말로 삼족오이며 삼족오가 머물고 있는 태양의 형상화된 이미지인 것이 아닐까?
물론 아직 이것은 순전히 나 혼자만의 상상에 불과하다. 어느 순간 삼족오를 보고 삼태극을 보고 둘이 무척 닮아있다는 것을 깨닫고서 멋대로 부풀려나간 상상의 결과물일 뿐이다. 과연 그러한지 어떠한지는 역시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의 몫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아마추어로서의 권리로 그렇겠거니 상상해 볼 뿐.
그러나 역시 생각해 봐도 삼태극과 삼재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일상에 흔히 쓰이는 문양이라면 그만한 보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무덤이나 대문 같은 주술적인 의미가 강한 곳이라면 더욱 강한 주술력을 지닌 보편적인 문양이 쓰여야 할 터이고 말이다. 그런 것이라면 태양 이상의 것이 어디 있을까?
어찌되었거나 만일 그렇다면 삼족오를 쓰네 마네 하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 된다. 이미 수백, 아니 수천 년 전 조상들이 삼족오를 저리 단순화시켜 일상속에 녹여 쓰고 있었던 것을 이제 와 삼족오의 모습 그대로를 갖다 쓰겠다고 하고 있으니 어찌 우습다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모르고 있었을 뿐인 것이다. 물론 삼태극이 삼족오를 단순화시킨 것이라 전재할 때.
과연 어떠했을까? 삼족오는 과연 천지인 삼재를 형상화 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새 삼족오를 저리 단순화시켜 구성한 것일까? 삼원색을 저리 배치한 것은 또 삼원색이 하나로 섞이면 삼족오의 검은 색이 됨을 알고 일부러 그러한 것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진실은 과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