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인 '피오나'역을 완벽하게 연기한 Julie Christie.
1965년에 제작 되었던 Dr. Zhivago에서 '라라'로 나왔던 줄리 크리스티는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자태로 수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았었지요. 그러나
1941년생인 그녀는 이 영화에서 젊었을때보다도 더욱 지적이고 우아한 몸짓으로
여자가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것이 어떻다는것을 여실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줄리는 이 영화로 2008년도 골든 글러브 여우 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앨리와 노아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45년 동안 지속하였을때...
그들에게는 정말 예기치 못했던 많은 일들이 일어 났습니다.
앨리가 냉장고속에 다리미를 집어 넣고, 식기 세척기속에 옷을 집어 넣고,
오븐속에 책을 집어 넣는 식의 실수들...그러다 집에서 세 구간 떨어진 데서
그녀가 집으로 오는 길을 찾을 수가 없어 차의 핸들에 머리를 대고 울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을때의 섬뜩한 공포에 싸였던 노아... 사막처럼 공허하고 황막한 병...
마음과 영혼과 기억을 빼앗아 가는 병...알츠하이머 병... 기억과 인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퇴행성 뇌장애...결코 현대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병....
하지만 기억을 잃어버린 사랑 앞에 선 노아는 기적을 믿었지요.
낡고 빛바랜 그들의 사랑을 적은 노트가 앨리의 영혼을 되찾아 줄것을... 그래서
노인복지원에서 3 년째 같이 살면서 매일같이 앨리에게 그 노트북을 읽어 줍니다.
자기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앨리에게...깊은 사랑의 마음을 담고서...
정작 노아도 류머티즘성 만성 관절염을 앓기 때문에 손가락의 모든 기능이
마비되어서 손가락을 움직이기가 힘이 듬에도....또 그 외에도 여러가지 노인병으로
깊은 통증이 찾아 옴에도 그는 한결같은 사랑으로 앨리를 지켜주고 보살펴 줍니다.
앨리가 노인복지원으로 들어 가기전에 노아에게 쓴 편지를 읽었습니다.
나는 수 많은 이유로 당신을 사랑해요.
특히 당신의 열정 때문에...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바로 그런 열정이죠.
그리고 사랑과 시, 부성애, 우정, 아름다움, 자연 같은 것들도.
당신이 우리의 아이들에게 그런 것들을 가르쳐줘서 정말 기뻐요.
아이들은 그 때문에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될 꺼예요.
아이들은 당신이 자신들에게 더 없이 소중하고 특별한 분이라는 얘기를 가끔 해요.
그리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여자라는 감회에 젖곤 하죠. 당신은 또 내게도 역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고
영감을 불어 넣어 주었으며 그림 그리는 데 전념하게끔 도와 주었어요.
당신은 내게 그림이 어느 만큼이나 소중한 것인지 결코 알지 못할 거예요....
우리에게 슬픔과 비탄의 순간이 닥칠 때마다 나는 당신을 안고 어를 거요.
당신의 괴로움을 고스란히 받아 내 것이 되게 할 거요. 당신이 울면 나도 울고
당신이 고통스러워하면 나도 고통스러워 할거요. 그리고 우리는 눈물과 절망의
홍수를 억제하려고 그것을 인생이라는 구멍투성이의 거리로 흘러 내려 가게
함께 애쓸 거요. < The Notebook > 에서 / 니콜라스 스파크스
그리고 는 실화를 그린 영화입니다.
세계적인 철학자이며 위대한 소설가로서 명성을 얻은 아이리스 머독의 생애를
그린것입니다. 아이리스의 남편 존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리스에게 말합니다.
"전엔 당신과 단 둘이 있는게 두려웠어. 그러나 이젠 당신이 없으면 안돼.
우리 집에 돌아가자... 그럼 내일이 돌아 올 꺼야.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그렇게 사는거야. ...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말야..."
알츠 하이머.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이 받아 들여야 하는 병...
머리 속에 있던 생명이 완전히 사라지는 병...
같이 체험하고 나누었었던 기억들이 뇌속에서 사라짐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한 순간에 모든 기억이 사라져서
전혀 낯선 사람으로 변하는 그 섬뜩함을 어떻게 견디어 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받아 들일수 밖에 없는 것!
Away from Her.. 수많은 로맨스에서 반복된, 닳고 닳은 얘깃거리다.
그러나 이 작품 Away from Her는 짠내 나는 신파와 거리가 멀다.
하얗게 지워져 가는 기억과 그것을 붙들고 싶은 욕망,
그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는 감정을 통해 생의 원초적 의문을 매만진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영화는 답이 아니라, 그 질문을 그려낸다.
깊은 주름이 우아함으로 느껴지는 피오나(줄리 크리스티)
강인한 그녀는 사라져가는 기억을 담담히 얘기한다.
그리고 스스로 요양원에 들어가기로 결정한다.
집을 나서며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엔 옹골진 기품이 배어있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로 따라나선 남편을 오히려 위로한다. "난 가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간 건 아냐." 차는 천천히 요양원을 향해 달린다.
대학 강단에서 물러난 뒤 고적한 만년을 즐기던 그랜트(고든 빈센트)에게
아내의 병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다. 그러나 버텨내야만 할 슬픔에
천천히 자신을 적신다. 아내를 위해 헌신하는 그의 기억 속엔,
그녀를 괴롭게 만든 과거가 똬리를 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양원으로 가는 피오나의 무덤덤한 회상에 언뜻 그것이 스친다.
삶의 비극은 늘 마음 속으로 준비한 폭보다 넓게 닥쳐온다.
요양원 적응을 위해 그랜트는 한 달 동안 피오나를 만나지 못한다.
30일 뒤 머리를 매만진 그랜트는 꽃을 들고 아내를 찾는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그랜트를 망각 너머로 흘려 보냈다.
그리고 요양소에서 만난 오브리(마이클 퍼피)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그랜트의 시선이 안타까움과 질투로 물컹댄다.
그랜트는 아내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을 선택한다.
그 선택은 영화의 제목이 말하는 대로다.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방문객을 향해 그랜트는 혼잣말하듯 얘기한다.
"그냥 저 사람에게 '공간'을 좀 줘야겠어.
옆에 앉은 저 사람과 사랑에 빠진 걸 방해하고 싶지 않아.
난 그냥 지켜볼거야." 아내의 새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그는 오브리의 아내 마리앤(올림피아 듀커키스)을 찾아 간다.
영화는 통속적 신파의 늪에서 허우적대지도, 작위적인 모던함을 뽐내지도 않는다.
관객은 성스러움마저 느껴지는 그랜트의 사랑에 빠지기 쉽지만,
이 영화는 그것의 숭고함을 일방적으로 찬양하지 않는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시작된 피오나의 사랑도, 오브리를 포기하지 못하는
마리앤의 사랑도 부정되지 않는다. 사랑은 삶의 종착역에 다다른 노년에게도
여전히 의미를 알 수 없는 신비함인 것일까.
시종 적요한 분위기와 달리, 영화는 앞과 뒤를 어지러이 오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럼에도 전혀 소란이 느껴지지 않는다.
매끄럽게 이어 붙이는 마름질 솜씨가 백전노장 배우들의 연기 못지않게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