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김삿갓

2010. 2. 11. 20:37가인자료·靈淸·詩와 Tag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김삿갓

 

 

무엇하러 왔는가?

바람 같고 구름같은 인생..

 

 

장원에 댓가가

평생 하늘을 못 보고 살게 만들었는가?

 

 

천리 타향 객사라니..

 

누구에게도 공평했을 행과 불행의 씨앗이..

유독 김삿갓에게는 불행의 씨앗만 자라났단 말인가?

 

 

浮浮我笠等虛舟 一着平生四十秋
牧堅輕裝隨野독 漁翁本色伴白鷗
醉來脫掛看花樹 興到携登翫月樓
俗子依冠皆外飾 滿天風雨獨無愁


 

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 구경하네.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기구한 방랑의 운명을 지고 살았던 자신의 신세를 표현한 시

 

풍운아 방랑시인 김삿갓

 


 

네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 도네~

주인이여, 면목이 없다고 말 하지마오.

물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 한다오.

 

 

김삿갓은 조정에 몸을 담지도 않았고

서울에서 양반 노릇을 하지도 않아 이런 간섭을 받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는 제멋대로 시를 짓고 읊었다.


 

어느 땐가 사람이 죽어 그에게 부고를 써달라고 하자,

 그는 유유화화(柳柳花花)라고 써주었다.

'버들버들하다가 꼿꼿해졌다'는 뜻이다.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표현한 것이요,

그 되지 못하게 한자로 정중하게 쓰는 부고가

 못마땅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개성 사람이 나그네를 내쫓다
 
고을 이름이 개성인데 왜 문을 닫나
산 이름이 송악인데 어찌 땔나무가 없으랴.
황혼에 나그네 쫓는 일이 사람 도리 아니니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네 혼자 되놈일세.
 

 


 

人間은 여기저기 有라.


소위 언뚝비뚝 客이


평생 쓰나다나 酒라

 

 

대나무 시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대로 맡기리라.
손님 접대는 집안 형세대로
시장에서 사고 팔기는 세월대로
만사를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나세.
 
竹詩                                                  죽시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죽랑타죽
飯飯粥粥生此竹   是是非非付彼竹       반반죽죽생차죽   시시비비부피죽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빈객접대가세죽   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만사불여오심죽   연연연세과연죽

 

가난이 죄
 
지상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인간에겐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가난뱅이와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가난뱅이도 부자되고 부자도 가난해진다오.

 

고향 생각 
 
서쪽으로 이미 열세 고을을 지나왔건만
이곳에서는 떠나기 아쉬워 머뭇거리네.
아득한 고향을 한밤중에 생각하니
천지 산하가 천추의 나그네길일세.
지난 역사를 이야기하며 비분강개하지 마세.
영웅 호걸들도 다 백발이 되었네.
여관의 외로운 등불 아래서 또 한 해를 보내며
꿈 속에서나 고향 동산에 노닐어 보네. 

 

겨울 소나무 외로운 주막에
한가롭게 누웠으니 별세상 사람일세.
산골짝 가까이 구름과 같이 노닐고
개울가에서 산새와 이웃하네.
하찮은 세상 일로 어찌 내 뜻을 거칠게 하랴.
시와 술로써 내 몸을 즐겁게 하리라.
달이 뜨면 옛생각도 하며
유유히 단꿈을 자주 꾸리라.

 

 

훈장 
 
세상에서 누가 훈장이 좋다고 했나.
연기없는 심화가 저절로 나네.
하늘 천 따 지 하다가 청춘이 지나가고
시와 문장을 논하다가 백발이 되었네.
지성껏 가르쳐도 칭찬 듣기 어려운데
잠시라도 자리를 뜨면 시비를 듣기 쉽네.
장중보옥 천금 같은 자식을 맡겨 놓고
매질해서 가르쳐 달라는 게 부모의 참마음일세.   

 

'

 

요강 
 
네가 있어 깊은 밤에도 사립문 번거롭게 여닫지 않아
사람과 이웃하여 잠자리 벗이 되었구나.
 
술 취한 사내는 너를 가져다 무릎 꿇고
아름다운 여인네는 널 끼고 앉아 살며시 옷자락을 걷네.
 
단단한 그 모습은 구리산 형국이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소리는 비단폭포를 연상케 하네.
 
비바람 치는 새벽에 가장 공이 많으니
한가한 성품 기르며 사람을 살찌게 하네.  
 

 

 

난고평생시
 
새도 둥지가 있고 짐승도 굴이 있건만
내 평생을 돌아보니 너무나 가슴 아파라.
짚신에 대지팡이로 천 리 길 다니며
물처럼 구름처럼 사방을 내 집으로 여겼지.
 
남을 탓할 수도 없고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어
섣달 그믐엔 서글픈 마음이 가슴에 넘쳤지.
초년엔 즐거운 세상 만났다 생각하고
한양이 내 생장한 고향인 줄 알았지.
 
집안은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렸고
꽃 피는 장안 명승지에 집이 있었지.
이웃 사람들이 아들 낳았다 축하하고
조만간 출세하기를 기대했었지.
 
머리가 차츰 자라며 팔자가 기박해져
뽕나무밭이 변해 바다가 되더니,
의지할 친척도 없이 세상 인심 박해지고
부모 상까지 마치자 집안이 쓸쓸해졌네.
 
남산 새벽 종소리 들으며 신끈을 맨 뒤에
동방 풍토를 돌아다니며 시름으로 가득 찼네.
마음은 아직 타향에서 고향 그리는 여우 같건만
울타리에 뿔 박은 양처럼 형세가 궁박해졌네.
 
남녘 지방은 옛부터 나그네가 많았다지만
부평초처럼 떠도는 신세가 몇 년이나 되었던가.
머리 굽실거리는 행세가 어찌 내 본래 버릇이랴만
입 놀리며 살 길 찾는 솜씨만 가득 늘었네.
 
이 가운데 세월을 차츰 잊어 버려
삼각산 푸른 모습이 아득하기만 해라.
강산 떠돌며 구걸한 집이 천만이나 되었건만
풍월시인 행장은 빈 자루 하나뿐일세.
 
천금 자제와 만석군 부자
후하고 박한 가풍을 고루 맛보았지.
신세가 궁박해져 늘 백안시 당하고
세월이 갈수록 머리 희어져 가슴 아프네.
 
돌아갈래도 어렵지만 그만둘래도 어려워
중도에 서서 며칠 동안 방황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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