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4. 11:05ㆍ저세상이야기-태극당
행복한 울타리
누군가 가족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가족이란, 밖에서 보면 너무나 들어가고 싶은 울타리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보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울타리다.'
나는 이 표현이 너무나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음미할수록 가족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입니다.
드라마나 그림책에 나오는 가족들은 무척 즐거워 보입니다.
늘 서로를 생각하고 보듬으며 위해주지요. 울타리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도 저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기꺼이 가족을 만들어 울타리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언제나 행복한 나날의 시작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지요. 가족만큼 나를 기쁘게 하는 사람도 없지만, 가족만큼 나
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람도 없습니다.
같은 비난이라도 타인보다 가족에게 들으면 더 충격적입니다. 가족이니까 당연히 이해할 거라고 믿었던 일도 냉정하게 외면당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과연 우리가 가족인가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건도 현실 속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시 울타리 바
깥을 넘봅니다. 다시 가족 없이 혼자 자유롭게 방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지요.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울타리 밖에서는 울타리 안을, 울타리 안에서는 울타리 밖을 꿈꾸니까요.
게다가 가족이라는 소중한 존재들을 놓고 고민한다는 것은 더욱 서글픈 일입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는 대부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태어납니다.
내가 그들을 선택하지 않았고 그들도 나를 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어떤 이끌림에 의해 가족이 되었습니다.
연인이나 친구는 선택할 수 있지만, 가족은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사람은 알지 못하는 어떤 존재에 의해 정해집니다.
그것은 마음대로 바꿀 수도, 싫다고 도망칠 수도 없습니다.
운명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운명으로 묶인 사이입니다.
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들이니까요.
가끔은 울타리 안이 갑갑해 견딜 수 없는 순간도 옵니다.
부모님과는 말이 통하지 않고 형제들과는 싸움만 일어나는 때가 있습니다.
CF에 나오는 것처럼 늘 행복하고 웃음이 흐르는 가정은 없습니다.
모두가 조금씩 다쳐가며 가정을 만들갑니다.
다친 곳을 치료하고 서로 감싸어주며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울타리 밖에 선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가족이 없는 사람들, 아직 가족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들은 따뜻한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습니다.
이 울타리 안에서 즐겁게 살아갈지, 늘 싸우고 비판하며 살아갈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동요에서처럼 '행복한 나의 집'이 되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가장 넉넉한 울타리.
몇십 년을 거치며 만들어온 가족이라는 울타리.
그것은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행복한 울타리입니다.
松 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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