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도 안왔는데 떨고있는 일본 [오마이뉴스 2006.01.24]
일본은 대지진 공포에 휩싸여 있다. 수도권 및 관동지방, 태평양 연안인 동해, 동남해, 남해 지역에 마그니튜드(리히터 규모) 8.5의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계속되고 있는 것. 만일 지진 사정권 안에 있는 도쿄에서 이른바 '도카이 대지진'이 일어날 경우 그 피해 규모는 예측 불허다. [전체 기사보기]
일본은 지진이 안 와도 떨 수 밖에 없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지각 지형 위에 놓인 나라이며,
최근 50년간 10회의 대지진이 일어나 1만7천명이 넘는 인명과 10만 채의 건물을 잃었고 매년 꾸준히 천 회 이상의 크고 작은 지진을 겪고 있다.
역사적으로, 1923년엔 리히터 규모 7.9에서 8.4 사이로 추정되는 관동 대지진이 발생해 10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3만 7천명이 실종됐으며,
1995년엔 일본 고베에서 발생한 진도 7.8의 지진으로 5천여 명이 사망하고 수만 채의 집이 파괴됐으며,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 및 복구 비용을 대기 위해 전세계에 투자된 돈을 무리하게 회수해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앞으로 30년 안에 일본에 관동 대지진 규모의 또 다른 무시무시한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1923년 관동 대지진 때 조선인을 학살하는 일본인들. 당시 이민자들이 일본인에게 테러를 자행한다는 유언비어가 돌아 수천명의 조선인들이 억울하게 학살 당했다.
고베 대지진으로 뒤집힌 고속도로.
일본 지반이 이렇게 불안한 이유는 거대한 3개의 대륙판(plate) 사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대륙판(지각판) 지도. 일본은 태평양(Pacific), 필리핀(Ph), 유라시아(Eurasia) 이 세 대륙판 사이에 끼어있다. 주지하다시피, 위 붉은 대륙판 경계선에는 지진과 화산 활동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태평양 대륙판과 필리핀 대륙 판,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판, 이렇게 3개의 대륙판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한 일본. 서로의 대륙 지각이 이동하면서 (대륙 이동설 참고) 대륙판 사이에 충돌과 마찰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이 충돌과 마찰이 일본에 년간 수천건이 넘는 지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 지역만 확대해 보면 이렇다. 노란선이 대륙판이 서로 맞부딪치는 지역이다.
대륙판의 경계에는 지진 뿐 아니라 화산 활동도 많이 일어난다. 일본엔 현재 67개의 활화산이 있으며 이는 전세계 평균 수십배 정도 높은 화산 밀집도이다.
일본 열도 침몰의 예언들
일본 열도 침몰설은 재미있게도 미국의 어느 심령술사에 의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에드가 케이시(Edgar Cayce)라는 심령술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예언가" 중 하나로, 최면 상태에서 전생을 알아내는 실험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며, 미국 대륙 일부가 바다속으로 침강할 것이라는 등, 세계 운명에 관한 대담한 예언을 하기도 했다.
에드가 케이시(Edgar Cayce 1877~1945). 20세기 가장 유명했던 심령술사이자 예언자. 미국 침강과 일본 침몰을 예언해 주목을 받았다.
에드가 케이시를 비롯한 여러 '예언가'들이 예언한 미래 미국 지도의 모습. 미국의 서부 캘리포니아 지방과 동부 일대가 바다에 잠겨 있다.
그는 일본 침몰에 대한 예언 역시 굉장한 관심을 끌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The greater portion of Japan must go into the sea." (일본의 대부분은 반드시 바닷에 가라앉는다.)
케이시는 언제인지도, 왜인지도 없이 그냥 일본은 바다에 가라 앉는다 라며 문장 한마디만 뱉었으나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케이시의 명성 때문에 아무 근거없이 이 말을 그대로 믿었다.
케이시는 일부 신도들에 의해 20세기 가장 위대한 예언가이자 초능력자로 추앙받고 있지만, 그의 예언은 대부분 엉터리였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이 예고없이 끝난다는 허위 예언을 하기도 했으며, 중국이 1968년엔 기독교 국가가 된다는 엉뚱한 예언을 하기도 했다. (케이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그리고 자신의 '염력'으로 사람들의 병을 알아내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을 퍼뜨렸다가 이를 단 한번도 증명해 보이지 못하자, 환자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케이시는 죽을 때까지 '신도'들로부터 굉장한 지지를 받았다. 그는 오늘날 스스로 초능력자임을 주장하는 유태인 사기꾼 유리겔라와 흡사했다.)
일본의 대륙 침몰설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에드가 케이시의 "예언" 이후 일본 침몰설은 수도 없이 많이 확대 재생산돼, 급기야 당사국인 일본에서 1973년 "일본침몰"이란 제목의 영화까지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일본 침몰, 과학적 근거는?
최근엔 동경 대학의 "걸출한 자연과학부 교수"라는 다찌바나(立花 降)라는 사람의 "일본 침몰"설이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다.
다찌바나 교수의 주장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은 가까운 장래에 활발한 화산 활동으로 지반을 지탱하고 있는 지하수 등의 지반 물질이 고갈돼 땅이 크게 가라앉을 수 있다."
사실 지하수가 고갈돼 지반이 가라 앉는다는 주장은 이미 전세계 지질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교수의 주장은 일본 침몰이 아니라 화산 활동에 의한 지반 붕괴인데, 일부 네티즌들이 '바다 속 침몰'인 양 침소봉대 한 것으로 보인다.
에드가 케이시의 예언대로 일본 열도가 바다 속으로 침몰하려면 일본을 지탱하고 있는 대륙판(plate) 자체에 커다란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지각 단면도는 대략 이렇게 구성돼 있다. 왼쪽이 태평양 지각이고 오른쪽이 유라시아 지각이다. 태평양 지각이 유라시아 지각 밑으로 파고 드는 현재 지각 상태로 볼 때, 일본은 침강하는 것이 아니라 융기할 것으로 보는 것이 차라리 더 현실에 가깝다.
일본의 현실적인 문제는 침몰이 아니라 지진이다. 저렇게 세개의 거대 지각이 맞대고 있는 자리에 서 있는 일본은 앞으로 파멸에 가까운 거대 지진에 시달릴 것이고,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실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