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의 상징 `세계의 12개 장벽'

2009. 11. 7. 20:04고증·참역사연구

분쟁의 상징 `세계의 12개 장벽'

 

지뢰매설.중화기 무장 삼엄한 철책
가축 이동.불법 이민 막기위한 장벽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0년이 흘렀지만 세계 곳곳에는 여전히 분쟁을 상징하는 많은 장벽이 서 있다.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를 비롯해 중동분쟁의 상징인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간 서안지구 장벽, 밀입국 방지용 펜스, 자원을 지키기 위한 장벽, 빈민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가축의 이동을 막기 위한 `위생장벽'까지…

적대적 관계가 심한 곳엔 철조망과 콘크리트는 물론 지뢰까지 매설된 삭막한 장벽이 서 있는 반면 밀입국을 막기 위해 시늉만 낸 다분히 `인간적'으로 보이는 장벽도 있다.

BBC는 6일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세계 곳곳에 있는 12개의 장벽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 웨스트뱅크 장벽 = 요르단강 서안지구인 웨스트뱅크로부터 이스라엘 지역을 구분하는 장벽.

이스라엘 정부는 2002년부터 울타리와 철조망, 도랑, 콘크리트 등을 활용해 높이 8m의 장벽을 치기 시작했다. 어떤 지역에는 접근자를 확인하기 위한 감지기와 모래로 된 정찰도로, 폭이 60m에 이르는 완충지대도 설치돼 있다. 현재 장벽이 완공된 지역은 58.3%이고 10% 정도는 건립 중이고 31.5%는 아직 공사를 시작조차 못했다.

2004년에 국제사법재판소는 이 장벽에 대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스라엘은 자국민을 팔레스타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치안 울타리'라고 주장하지만 팔레스타인은 이를 `인종차별 장벽'으로 부른다.

◇ 북아일랜드 `평화선'= 40여년 전인 1969년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 서쪽에서 폭동과 방화를 막기 위한 일시적인 조치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가톨릭과 신교 공동체의 충돌을 막기 위한 것으로 크기는 수백m부터 5㎞에 이르는 것까지 다양하다. 지금은 관광지로 변모했지만 북아일랜드를 오랜 유혈분쟁으로 몰아넣었던 신.구교도 간의 오랜 종교분쟁의 산물이다.

한때 일부 지역 장벽의 높이는 6m에 달했다. 마지막 장벽은 벨파스트 북쪽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것으로 지난해에 만들어졌다.

◇ 사우디 `오일펜스' = 페르시아만의 막강한 산유국 사우디 아라비아가 9천㎞에 이르는 사막 위에 설치 중인 세계에서 가장 긴 장벽으로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과 1천500㎞, 이라크와 800㎞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으며,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오만, 쿠웨이트, 요르단과도 접해 있다. 장벽을 쌓는데 드는 비용만 3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겉보기에는 사막에 세워놓은 엉성한 장벽이지만 국경 감시를 위해 카메라와 레이더, 전자 감지기, 정찰기는 물론 위성까지 동원된다.

◇ 항구 도시 세우타.멜리야 국경선 = 스페인은 1990년대 들어 아프리카에서 넘어오는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세우타와 멜리야에 철조망을 둘렀다.

모로코에 있는 스페인령으로 군사적 요충지인 세우타와 멜리야는 아프리카 북부 지브롤터 해협의 양쪽 끝에 위치해 있다. 현재 세우타에 8.2㎞, 멜리야에 12㎞에 걸쳐 철책선이 쳐져 있다.

2000년초 스페인으로의 불법 이민이 최고조에 달하자 스페인과 유럽 국가들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저마다 철책을 설치했다. 높이는 6m에 이르고 감시 카메라와 최루가스 발사장치, 소음 및 움직임 감지기 등도 동원되고 있다.

키프로스 `그린라인' = 지중해 동부 섬나라인 키프로스의 터키계와 그리스계 사이의 민족분쟁을 막기 위해 1964년 설치됐다.

이 지역은 주민의 80%가 그리스계로 그리스정교를 믿지만 나머지는 터키계로 이슬람교를 믿어 민족 및 종교분쟁이 극심한 곳이다. 1974년 두 공동체 사이에 전쟁이 터지면서 건널 수 없는 경계선이 돼 버렸다가 30년이 지난 2003년에 다시 왕래가 재개됐다.

철조망이 180㎞에 걸쳐 있으며 두 공동체 사이에는 `그린라인'으로 통하는 완충지대가 유엔 평화유지군의 통솔하에 있다. 접근금지 구역인 `그린라인'은 폭이 3m인 곳부터 7.5㎞인 곳까지 다양하다.

파키스탄-이란 국경선 = 2007년 이란은 파키스탄과의 국경지대인, 발로치스탄으로 알려진 지역에 담을 쌓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측은 암거래와 마약 유통, 불법 이주 같은 행위를 막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일부는 이란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몰려드는 것을 막기위해 건립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 장벽은 700㎞에 이르는 국경선 전역에 걸쳐 3m 높이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리우데자네이루 산림보호(?) 장벽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도시의 언덕을 따라 있는 빈민가 둘레에 담을 쳤다.

현재 13개의 빈민가 지역에 길이 14㎞에 걸쳐 80㎝부터 3m 높이의 콘크리트가 등장했다. 행정당국은 빈민가들이 산림,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심 국립공원인 티쥬카로 파고 드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미 공원의 90% 가량이 잠식당한 상태라고 행정당국은 말하지만 인권단체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부유층이 사는 지역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시도로 풀이하고 있다.

◇ 멕시코-미국 국경선 =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은 3천200㎞에 이른다. 미국 정부는 불법 이주를 막기위해 25억 달러를 들여 3분의 1 가량의 국경선에 금속으로 된 장벽을 쌓았다.

첫 번째 장벽은 1991년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1994년부터 감시를 강화하고 장벽을 확대해왔다. 멕시코 인권단체는 5천600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이 장벽을 넘으려다가 열사병 등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평균 높이는 4~5m에 달하며 최근에는 첨단 감시 장비들도 설치되기 시작했다.

◇ 인도-파키스탄 국경선 = 세계에서 일촉즉발의 위험성이 가장 큰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담장과 철조망, 바리케이트가 2천900㎞의 국경선 절반 가량에 설치돼 있으며 인도 측은 나머지 지역에도 장벽을 쌓고 있다. 1980년대말 인도는 테러리스트에 맞서기 위해 펀잡과 라자스탄에 처음 담을 쌓았다. 철책을 사이에 두고 지뢰는 물론 다른 첨단 장비들이 들어서 있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 한반도 비무장지대(DMZ) =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군인들이 지키는 국경선 가운데 하나다.

폭 4㎞의 DMZ가 250㎞에 걸쳐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고 있다. 300만명이 죽은 한국전쟁 이후인 1953년 설치돼 냉전이 낳은 부산물로 간주된다. 남북한의 대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반도의 잠재된 긴장감을 상징하는 것으로 남아있다.

◇ 서사하라 `치욕의 장벽' = 1976년 스페인이 점령을 풀면서 사라위족과 모로코인들이 아프리카 북서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서사하라 지역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분쟁을 벌이고 있다.

1980년 모로코인들이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막 한가운데에 경계선을 긋기 시작했다. 모로코로부터 독립해 사라위족의 자치를 원하는 정치적, 군사적 움직임으로부터 자위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모로코 측은 설명하고 있다.

경계선은 모래와 돌, 철조망, 도랑, 지뢰지대 등을 활용해 1987년에 완성됐으며 2천700㎞에 걸쳐 있다. 인권단체들은 대인지뢰를 매설한 점을 들어 `치욕의 장벽'으로 부른다.

보츠와나-짐바브웨 `위생선' = 아프리카 남부 중앙 내륙에 있는 영 연방인 보츠와나와 짐바브웨를 구분짓는데 `지정학적인' 장벽이라기 보다는 `위생적인 장벽'으로 불린다.

2003년 보츠와나 정부는 가축들 사이에 번지는 전염병을 막기위해 짐바브웨와의 국경선에 전기 펜스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가축 전염병이 창궐하는 바람에 수천 마리의 소들이 몇 년 동안 도살되자 보츠와나 정부는 긴급대책을 들고 나왔다. 소 사육은 다이아몬드 광산에 이어 보츠와나에 두 번째로 큰 수입원이다.

그러나 짐바브웨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고실업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부유국으로 꼽히는 보츠와나로의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2m 높이의 철조망이 500㎞에 걸쳐 있지만 정작 전기 펜스에 전기가 흐른 적은 한 번도 없으며 가축들은 `개구멍'을 통해 여전히 넘나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