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바람보약 한 사발
2009. 11. 10. 16:31ㆍ가인자료·靈淸·詩와 Tag
지리산 둘레길 바람보약 한 사발
전북 인월~경남 함양 금계 19.3km…가을도 느릿느릿 따라온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에 온몸을 씻고 터벅터벅 한 걸음 한 걸음, 서두를 것도 없고 급할 것도 없다.
강가의 누렁이는 늦가을 햇빛에 늘어진 하품이 정겹고, 길가에 뒹구는 늙은 호박들은 고향내음을 풍긴다. 끝 간데없이 겹쳐지면서 멀리 이어지는 지리산 능선들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다.
지리산 둘레길은 3개 도(전남, 경남, 전북), 5개 시·군(구례, 하동, 산청, 함양, 남원), 16개 읍·면과 100여개 마을을 품고 있는 800리(약 320km)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2011년까지 완성할 예정인 이 길은 10월 현재 주천~운봉, 운봉~인월, 인월~금계, 금계~동강, 동강~수철 등 5개 구간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주말 전북 인월에서 경남 함양(3구간)을 이어주는 19.3km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 인월 둘레길 안내센터를 출발해 강변을 따라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09:00~10:20 전북 남원 인월~황매암~수성대(4.8km)
인월 지리산 둘레길 안내센터에서 월평마을 앞 강변길로 접어든다. 황금빛으로 물든 벼와 강물이 길배웅을 하며 나선다.
강가에는 어미를 따라 나온 송아지가 여유롭게 늦가을을 즐기고 있다. 저 멀리 언뜻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 자락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중군마을에 들어선다.중군마을에서 둘레길은 2곳으로 나뉜다.
하나는 임도를 따라 삼신암, 수성대로 가는 길이고 또 하나는 산길을 따라 황매암을 거쳐 수성대로 가는 길이다. 황매암코스를 택했다.
농로를 따라 가파른 산길을 걸어 오르면 지리산의 능선들도 한 겹 한 겹 속살을 드러낸다. 조금은 힘든 오르막길이지만 운치 있는 오솔길과 단풍 숲길을 걸으면 육체의 피로는 저만치 사라지고 없다.
암자에서 마시는 약수 한 모금의 맛은 다디 달다. 이제부터 수성대까지는 유유자적 여유를 부려도 좋은 그런 길이다.
낙엽이 쌓인 흙길을 밟으며 바람소리, 새소리 벗 삼아 길을 따라 내려서다 보면 어느새 수성대 계곡에 이른다.
이곳 물은 아직까지도 중군마을과 장항마을의 식수원으로 음용될 만큼 맑고 깨끗하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올 경우에는 물이 불어나 건너기 어렵다.
10:30~11:40 수성대~배너미재~장항마을~매동마을(4.1km)
수성대 맑은 물에 한숨을 돌리고 다시 고갯길을 오른다. 갈림길마다 나오는 이정표에 잠자리가 앉아 길을 안내한다.
10여분을 오르자 운봉의 배마을(주촌리)이 호수일 때 배가 넘나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배너미재다. 지리산 깊은 산속에 있는 배와 관계된 지명이라지만 높은 봉우리에서 바라보니 옛적 일이 실감나지 않는다.
낙엽림이 우거진 숲길을 벗어나자 고사리밭, 감나무, 향긋한 들깨밭이 눈에 들어온다.
절대로 농작물을 건드리지 말라는 재미있는 경고 문구가 그 앞을 지키고 있다.
둘레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농작물을 만졌으면 이렇게라도 써붙여 놓은 농심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밭길을 돌아서자 수려한 풍모의 소나무 당산이 웅장하게 자리를 잡고 길손을 맞고 있다. 장항 노루목 당산이다.
지금도 마을에서 당산제를 지내고 있을 정도로 신성시되고 있는 소나무는 천왕봉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드리우고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장항마을에서 매동마을 지나기까지 시멘트길이 시작된다. 인월~금계를 잇는 둘레길 중 가장 운치 없고 힘든 구간이다.
11:40~14:00 매동마을~휴식~등구재(5.8km)
매화꽃을 닮은 명당이라서 매동(梅洞)이란 이름을 갖게 된 매동마을에 들어서자 울긋불긋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매동마을에서 금계까지 10여km를 걷는 사람들이다.
등구재를 향하는 길은 수평으로 걷다가 잠시 오르막이 이어지고 또다시 마을 쪽으로 내리막을 그리는 길이다.
들녘엔 조, 수수, 콩 등 온갖 곡식이 익어가고 물봉선화, 강아지풀이 길섶에 지천으로 피었다.
매동마을을 떠난 지 1시간여분 만에 이름도 정겨운 다랑이쉼터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와 부침개 등을 가지고 평상을 차지하고 앉아 지친 몸을 추스리고 있다.
드디어 숲에서 벗어나니 굽이굽이 다랑이논이 반갑게 모습을 드러낸다. 황금빛 다랑논을 기대했지만 군데군데 추수를 마친 다랑논이 아쉽기는 하지만 한 평의 땅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수직으로 쌓아 올린논 축대가 이곳 민초들의 삶을 대변하는 듯해 가슴이 찡하다. 이런 다랑이논은 전북과 남원의 경계인 등구재 너머로 계속된다.
14:10~16:00 등구재~창원마을~금계마을(4.3km)
등구재에 올랐다. '거북등 타고 넘던 고갯길, 서쪽 지리산 만복대에 노을이 깔릴 때, 동쪽 법화산 마루엔 달이 떠올라 노을과 달빛이 어우러지는 고갯길.
경남 창원마을과 전북 상황마을의 경계가 되고, 인월장 보러 가던 길, 새색시가 꽃가마 타고 넘던 길'.
등구재 안내판에 쓰여진 글이다. 옛적 숱한 사람들이 갖가지 기구한 사연을 안고 넘었을 등구재를 지금의 사람들은 수 많은 이야기를 품고 넘고 있었다.
재를 넘으면 바로 경남 함양땅 창원마을이다. 길은 평탄하고 좁은 오솔길은 빽빽히 들어찬 삼나무와 소나무들로 싱그럽다. 창원마을까지는 다랑이논과 어우러진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
마을 초입 고추밭에서 둘레길은 산 아래로 곧장 내려가다가 창원마을 다리에서 갑자기 다시 금계마을로 가기 위해 산으로 오른다.
그때 나타나는 아름다운 풍경 하나가 시야를 사로잡는다. 바로 숲터널재다. 재가 하늘과 맞닿아 있는 환상적인 그림 한 폭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저 너머에는 어떤 마을과 어떤 풍경이 나타날까. 부푼 기대감에 힘든 줄도 모르고 재를 차고 오른다.
숲터널재를 지나 지리산 속살로 깊이 들어서면 이제 종착지인 금계마을이 코앞이다.
창원에서 금계로 가는 길이 3구간 둘레길 중에서도 아름답기로는 첫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지리산과 그 옆을 휘어감는 다랑이논, 언덕 너머 반짝반짝 햇살을 머금은 강아지풀이 7시간여 걸린 둘레길의 종착을 알리며 동행한다.
강가의 누렁이는 늦가을 햇빛에 늘어진 하품이 정겹고, 길가에 뒹구는 늙은 호박들은 고향내음을 풍긴다. 끝 간데없이 겹쳐지면서 멀리 이어지는 지리산 능선들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다.
지리산 둘레길은 3개 도(전남, 경남, 전북), 5개 시·군(구례, 하동, 산청, 함양, 남원), 16개 읍·면과 100여개 마을을 품고 있는 800리(약 320km)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지난 주말 전북 인월에서 경남 함양(3구간)을 이어주는 19.3km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 인월 둘레길 안내센터를 출발해 강변을 따라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09:00~10:20 전북 남원 인월~황매암~수성대(4.8km)
인월 지리산 둘레길 안내센터에서 월평마을 앞 강변길로 접어든다. 황금빛으로 물든 벼와 강물이 길배웅을 하며 나선다.
강가에는 어미를 따라 나온 송아지가 여유롭게 늦가을을 즐기고 있다. 저 멀리 언뜻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 자락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중군마을에 들어선다.중군마을에서 둘레길은 2곳으로 나뉜다.
하나는 임도를 따라 삼신암, 수성대로 가는 길이고 또 하나는 산길을 따라 황매암을 거쳐 수성대로 가는 길이다. 황매암코스를 택했다.
농로를 따라 가파른 산길을 걸어 오르면 지리산의 능선들도 한 겹 한 겹 속살을 드러낸다. 조금은 힘든 오르막길이지만 운치 있는 오솔길과 단풍 숲길을 걸으면 육체의 피로는 저만치 사라지고 없다.
암자에서 마시는 약수 한 모금의 맛은 다디 달다. 이제부터 수성대까지는 유유자적 여유를 부려도 좋은 그런 길이다.
낙엽이 쌓인 흙길을 밟으며 바람소리, 새소리 벗 삼아 길을 따라 내려서다 보면 어느새 수성대 계곡에 이른다.
이곳 물은 아직까지도 중군마을과 장항마을의 식수원으로 음용될 만큼 맑고 깨끗하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올 경우에는 물이 불어나 건너기 어렵다.
수성대 맑은 물에 한숨을 돌리고 다시 고갯길을 오른다. 갈림길마다 나오는 이정표에 잠자리가 앉아 길을 안내한다.
10여분을 오르자 운봉의 배마을(주촌리)이 호수일 때 배가 넘나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배너미재다. 지리산 깊은 산속에 있는 배와 관계된 지명이라지만 높은 봉우리에서 바라보니 옛적 일이 실감나지 않는다.
낙엽림이 우거진 숲길을 벗어나자 고사리밭, 감나무, 향긋한 들깨밭이 눈에 들어온다.
절대로 농작물을 건드리지 말라는 재미있는 경고 문구가 그 앞을 지키고 있다.
둘레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농작물을 만졌으면 이렇게라도 써붙여 놓은 농심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밭길을 돌아서자 수려한 풍모의 소나무 당산이 웅장하게 자리를 잡고 길손을 맞고 있다. 장항 노루목 당산이다.
지금도 마을에서 당산제를 지내고 있을 정도로 신성시되고 있는 소나무는 천왕봉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드리우고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장항마을에서 매동마을 지나기까지 시멘트길이 시작된다. 인월~금계를 잇는 둘레길 중 가장 운치 없고 힘든 구간이다.
11:40~14:00 매동마을~휴식~등구재(5.8km)
매화꽃을 닮은 명당이라서 매동(梅洞)이란 이름을 갖게 된 매동마을에 들어서자 울긋불긋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매동마을에서 금계까지 10여km를 걷는 사람들이다.
등구재를 향하는 길은 수평으로 걷다가 잠시 오르막이 이어지고 또다시 마을 쪽으로 내리막을 그리는 길이다.
들녘엔 조, 수수, 콩 등 온갖 곡식이 익어가고 물봉선화, 강아지풀이 길섶에 지천으로 피었다.
매동마을을 떠난 지 1시간여분 만에 이름도 정겨운 다랑이쉼터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와 부침개 등을 가지고 평상을 차지하고 앉아 지친 몸을 추스리고 있다.
드디어 숲에서 벗어나니 굽이굽이 다랑이논이 반갑게 모습을 드러낸다. 황금빛 다랑논을 기대했지만 군데군데 추수를 마친 다랑논이 아쉽기는 하지만 한 평의 땅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수직으로 쌓아 올린논 축대가 이곳 민초들의 삶을 대변하는 듯해 가슴이 찡하다. 이런 다랑이논은 전북과 남원의 경계인 등구재 너머로 계속된다.
14:10~16:00 등구재~창원마을~금계마을(4.3km)
등구재에 올랐다. '거북등 타고 넘던 고갯길, 서쪽 지리산 만복대에 노을이 깔릴 때, 동쪽 법화산 마루엔 달이 떠올라 노을과 달빛이 어우러지는 고갯길.
경남 창원마을과 전북 상황마을의 경계가 되고, 인월장 보러 가던 길, 새색시가 꽃가마 타고 넘던 길'.
등구재 안내판에 쓰여진 글이다. 옛적 숱한 사람들이 갖가지 기구한 사연을 안고 넘었을 등구재를 지금의 사람들은 수 많은 이야기를 품고 넘고 있었다.
재를 넘으면 바로 경남 함양땅 창원마을이다. 길은 평탄하고 좁은 오솔길은 빽빽히 들어찬 삼나무와 소나무들로 싱그럽다. 창원마을까지는 다랑이논과 어우러진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
마을 초입 고추밭에서 둘레길은 산 아래로 곧장 내려가다가 창원마을 다리에서 갑자기 다시 금계마을로 가기 위해 산으로 오른다.
그때 나타나는 아름다운 풍경 하나가 시야를 사로잡는다. 바로 숲터널재다. 재가 하늘과 맞닿아 있는 환상적인 그림 한 폭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저 너머에는 어떤 마을과 어떤 풍경이 나타날까. 부푼 기대감에 힘든 줄도 모르고 재를 차고 오른다.
숲터널재를 지나 지리산 속살로 깊이 들어서면 이제 종착지인 금계마을이 코앞이다.
창원에서 금계로 가는 길이 3구간 둘레길 중에서도 아름답기로는 첫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지리산과 그 옆을 휘어감는 다랑이논, 언덕 너머 반짝반짝 햇살을 머금은 강아지풀이 7시간여 걸린 둘레길의 종착을 알리며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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