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시해 '히젠도' 환수운동 벌인다

2010. 3. 25. 13:37고증·참역사연구

명성황후 시해 '히젠도' 환수운동 벌인다

 

안중근 순국 100주 맞춰 내일 환수위 출범식  "日, 을미사변 참회하며 한국에 인도해야"
안중근 의사 순국 100년을 맞아 명성황후 시해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칼을 한국으로 반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안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15가지 이유 중 첫 번째로 '남의 나라 황후를 살해한 죄'를 거론했는데, 시해 도구였던 '히젠도(肥前刀)'가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쿠시다 신사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25일 종교계 등에 따르면 안중근 의사 순국 100년인 26일 '히젠도 환수위원회'가 출범, 쿠시다 신사의 히젠도 소장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환 촉구 운동을 펴기로 했다.

위원장은 최봉태 변호사와 혜문스님이, 기획위원은 이종우 문화재제자리찾기 실행위원과 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보향 불교여성개발원 이사가 맡았다.

혜문 스님은 2006년 문화재 환수운동을 하면서 자료를 조사하러 일본에 갔다가 이 칼의 존재를 알게 돼 쿠시다 신사에 들러 칼과 칼집, 봉납기록을 확인했다.

이 칼은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 당시 경복궁의 황후 침전에 난입한 세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토오 가쓰아키가 사용했으며, 그가 1908년 쿠시다 신사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칼은 16세기에 장인이 만든 것으로 길이 120㎝, 칼날 90㎝이며, 나무로 만든 칼집에는 '늙은 여우를 단칼에 찔렀다(一瞬電光刺老狐)'라고 새겨져 있다. 신사에서는 '황후를 이 칼로 베었다'라고 적힌 문서를 보관 중이다.

환수위는 1895년 을미사변으로 지난 100여년간 발생한 양국 간의 비극적인 업보를 상징하는 이 칼이 파기되거나 한국 측으로 인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수위 측은 "이 칼은 범행 도구로 쓰였던 흉기이므로 당시 조선 정부에 압수됐어야 했다. 범인이 명성황후를 이 칼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는데도 일본에 있는 신사에 기증된 채 민간이 소유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칼은 존재만으로 한일 간 민족 감정상 충돌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일본이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참회하는 차원에서 이 물건을 한국에 인도하라"고 촉구했다.

환수위는 26일 오후 1시에 조계종 중앙신도회 전법회관에서 출범식을 하고서 쿠시다 신사에 환수요청서를 보낼 예정이다.

고종과 명성황후 무덤이 있는 경기도 남양주의 시의원이 시의회에 환수요구안을 발의하고, 일본에서의 법적 대응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