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깨우는 사회 vs 잠 재우는 사회

2009. 6. 20. 20:55각종시사관련자료들

잠 깨우는 사회 vs 잠 재우는 사회

 

올빼미족 겨냥한 산업 급부상…수면제 등 수면유도 분야도 성장

건강한 개인·사회 위해 8시간 수면 권장…‘잠 권하는 풍토’ 조성돼야

        

 

  한때 ‘OO형 인간’이란 말이 유행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남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은 아침형 인간, 해가 지면 힘이 솟고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사람은 저녁형 인간이라고 불렀다. 밤늦게까지, 혹은 밤새도록 활동하는 사람은 올빼미형 인간이라 표현했다.  이 가운데 올빼미형 인간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게임이나 인터넷 등에 빠져 밤을 꼴딱 새는 ‘폐인’들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직업이 다양해지면서 밤에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세계적 팝가수 마돈나는 하루에 4시간만 자며, 미국의 하버드 대학생들은 무더운 여름이면 냉장고를 열어두고 밤새워 공부한다고 한다.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은 하루에 다섯 시간 넘게 자면 게으른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다섯 시간 이상 자지 못하게 했다고 전해진다.  

 

 


세계적 팝가수 마돈나는 하루에 4시간 잔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2005년도 AC닐슨의 수면 관련 조사에 따르면 밤늦게까지 잠들지 못하는 10개국 가운데 한국이 2위를 차지했다. 평균 수면시간이 채 6시간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대입 수험생들은 ‘4당 5락’, 즉 ‘4시간 자면 시험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을 진리로 받아들일 정도로 올빼미 생활을 하고 있다. 요즘 같은 경제위기 상황 하에서는 직장인들도 퇴근을 미루고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이처럼 자의반 타의반 올빼미족이 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을 겨냥한 산업도 급부상하고 있다. 관련 제품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24시간 문을 여는 한 커피전문점.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편의점과 대형 마트는 훤하게 불을 밝혀놓으며, 커피숍과 식당, 패스트푸드점, 미용실 등은 24시간 문을 열어 놓는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올빼미족들을 겨냥한 ‘캡슐호텔’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카페인 등 각성성분이 들어있는 드링크류의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올빼미족을 겨냥한 일본의 '캡슐호텔'.

 

 

  이렇게 밤에 깨어있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을 잠들게 하려는 산업도 덩달아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00년과 2004년 사이 20~44세 인구 가운데 수면제를 복용하는 사람의 수가 2배나 늘었다고 한다. 잠 잘 오게 하는 우유, 불면증을 치료하는 음악 등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한쪽에서는 잠들지 않게 하려 노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잠들게 하기 위해 땀을 쏟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작가 미하엘 엔데가 쓴 《모모》란 책을 보면 시간도둑인 회색신사들이 사람들을 이렇게 현혹하는 장면이 나온다. 

        

  “선생님, 시간을 어떻게 아끼셔야 하는지 잘 아시잖습니까! 예컨대 일을 더 빨리 하시고 불필요한 부분은 모두 생략하세요. 무엇보다 노래를 하고, 책을 읽고, 소위 친구들을 만나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수면부족은 졸음운전, 건강악화, 생산성저하 등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2005년 미국수면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졸음운전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올빼미족 생활패턴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비만과 이명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래 인간은 하루에 평균 7시간 반~8시간은 자야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건강한 개인과 사회를 위해 ‘잠 권하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